옵시디언을 사용하기로 했다면

2022. 10. 21. 16:03생산성

Obsidian

옵시디언을 사용하기로 했다면, 그것은 아마 큰 결정일 것이다.

대충 이것저것 끄적거릴 심산으로 옵시디언을 택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거면 기본 메모앱이나 메모장을 썼을 것이다. 옵시디언을 쓰기로 했다는 것은 옵시디언이 가진 링크 기능과 그래프 뷰를 활용하여 내 지식을 축적시키고 연결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생각으로 옵시디언을 설치했다. 그러나 옵시디언을 켜는 순간 맞이하는 건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남들처럼 엄청나게 복잡해보이는 그래프 뷰를 만드는 것까지는 까마득한 거리가 있어보인다.

어느새 꽤나 그럴 듯해진 나의 그래프 뷰

그래서 구글링과 유튜브를 통해 닥치는 대로 정보를 수집했다. 주로 이런 키워드를 사용했다.

- How to use Obsidian
- How to build Zettelkasten system
- How to build Second Brain
- How to set up PKM


하루 종일 찾아보니 무언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노트를 쓰려고 하면 다시 아무것도 모르겠는 상태였다. 그것을 며칠씩 반복했고, 드디어 어느 정도 정착해서 잘 쓰고 있다.

이런 시기를 지나며 깨달은 것이 있다면,

1. 필요할 때 배워라

이것은 어떤 분야에나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옵시디언을 처음 접하면 굉장히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들의 사용법을 모조리 익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음악을 시작하기로 하고 Logic Pro X를 처음 깔았을 때, 난 최소한의 기능만 찾아가며 썼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점차 이런 기능도 있구나 하면서 다루는 실력이 늘었다. 옵시디언도 마찬가지다. 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많지만, 결국에는 노트 앱이다. 글만 잘 써지면 된다.

내가 추천하는 것은, 폴더와 태그 같은 시스템적인 면은 일단 제쳐두고 (어차피 나중에 바꾸게 된다) 디자인을 예쁘게 바꿔보라는 것이다. 다른 노트 앱 베어 유저로서 나는 앱의 사용경험 ・ Look & Feel을 굉장히 중요시 한다. 앱의 기능들은 필요할 때 쓰게 되는 것이지만 디자인은 앱을 사용하는 내내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설정(cmd+,)의 Appearance 탭을 가서 Themes를 클릭하여 마음에 드는 테마를 찾는다. 기본 테마가 예쁘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대부분의 경우, 전체적인 컨셉은 괜찮은데 색깔 조합 같은 디테일이 마음에 안 들 것이다. 그것은 플러그인으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다. 설정 - Community plugins로 가서 Restricted mode(제한모드)를 끈다. 그 다음 Browse로 가서 ‘Style Settings’라고 검색하고 설치하면 된다. 설치 후 Enable도 눌러줘야 한다. 거기서 이것저것 바꿔보며 마음에 드는 디자인으로 바꿔본다.

어떻게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1. 그냥 쓰면서 익숙해진다.
    2. CSS를 배워서 직접 커스터마이징한다.
    3. 포기하고 다른 앱을 찾는다.

현재 나의 테마 : Things를 기반으로 색깔과 폰트를 수정했다

2. 그래도 마크다운 문법은 배우는 게 좋다

마크다운 문법은 옵시디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노트 앱, 블로그에서까지 지원하는 문법이다. 각각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큰 틀은 거의 같다. ‘문법’이라는 말에 쫄지 말고 막상 해보면 정말 간단하다는 것을 금방 느낄 것이다.

위의 링크를 따라들어가서 한번씩 따라해보자. 정말 쉽다. 모두 알 필요도 없고 가장 많이 쓰는 주요 기능만 알면 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필수 요소는 다음과 같다.
- 제목(헤더)
- 볼드(굵게 강조)
- 리스트(불렛 / 번호)
이게 전부이다. 나머지는 1번 원칙에 따라 필요할 때 다시 보고 따라쓰면 된다.

 

3. Bottom-Up 방식이 효율적이다

내가 구글과 유튜브를 뒤지며 하려던 것은 Top-Down이었다. 모든 시스템과 규칙을 갖춰놓고 쓰기 시작하는 것. 하지만 그것은 탁상공론에 가깝다. 시스템은 만드는 것보다 만들어지는 것에 가깝다. 내가 ‘독서’에 관한 노트를 많이 쓰게 된다면 그것들을 모아 놓고 싶어지는 것이고, 그에 따라 폴더를 만들거나 태그를 붙일 수 있다.

물론 너무 정리하는 것을 방치한다면 노트들의 무덤이 될 수 있다. 적절한 시점에 적절히 정리해주는 것 역시 중요한데, 나는 그 기준을 찾아야 할 때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두었다. 노트를 쓰는 목적은 기본적으로 다시 보기 위함 아닌가? 다시 보려면 그것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노트가 10개 있다면? 정리하지 않아도 바로 찾을 수 있다.
만약 노트가 100개 있다면? 정리하지 않아도 조금만 스크롤하면 찾을 수 있다.
만약 노트가 1000개 있다면?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만약 노트가 1000개 있는데 내가 찾고 싶은 것의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면?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노트가 10개 있을 때는 정리라는 걸 할 필요가 없다. 일단 노트를 작성하는 것이 먼저다. 10개 정도의 노트를 마크다운 문법을 활용하면서 작성해보자. 그러는 동안 옵시디언과 마크다운에 익숙해질 것이다. 100개까지 아무 폴더를 만들지 않아도 괜찮다. 나중에 정리 가능한 정도의 숫자다.

자신이 노트를 쓰는 방식과 목적에 따라 정리 방법은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노트를 쓰고 그것이 쌓이다 보면 알아서 감이 올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현재 폴더・태그・링크를 목적에 맞게 적절히 섞어서 쓰고 있다. 다만 신경쓰는 것은, 정리에 너무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노트를 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의 정리 방식

나는 Zettelkasten 방법을 적용해보려 애를 썼다. 하지만 마지막에 깨달은 것은, 내가 구축하고 싶었던 시스템은 Wiki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은 엄밀히 말하면 다른 것이지만 나는 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 어차피 모두 내 뇌 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PARA 시스템을 차용하고 나만의 분류체계로 변형했다.

폴더 숫자가 10단위인 이유는 하위 폴더가 11, 12로 진행되기 때문이며,
하위 폴더의 하위 폴더는 11.01처럼 점을 찍어준다

00 Inbox : 새로운 노트 보관소
- 해당 노트의 작성이 완료되거나 역할을 다 하면 각 폴더들로 분리된다.

10 Projects : 특정 시점까지 이뤄야 하는 목적이나 결과물이 있는 것들
- 프로젝트들이 Will / Ongoing / Done / Later / Assets으로 분류되어 있다

20 Areas : 계속해서 관리되어야 하는 것들
- 인간관계, 커리어, 규칙, 취미 등이 있다
- 사실 용도를 아직 명확히 정립하지 못 했다

30 Contents :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
- 책, 강의, 아티클, 기타 자료 등이 있다

40 Inspriation : 내게 영감을 주는 것들
- 스쳐지나간 생각, 아이디어, 꿈, 명언 등이 있다
- Zettelkasten의 간소화 버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70 Daily : 일기
- 일기나 각종 생활 리뷰(맛집, 영화 등)이 있다
- 40에서 70으로 건너간 이유는 90부터 내려왔기 때문

80 Archive : 아카이브
- 삭제하긴 아깝운데 딱히 쓸 일은 없을 것 같은 것들
- 혹시 몰라 두 등급으로 나눠놓았다 (기타 / 쓰레기통)

90 Organize : 템플릿, 사진 등의 파일

 

세 줄 요약

  1. 그냥 일단 써보라
  2. 마크다운 문법으로 써보라
  3. 어느 정도 노트가 쌓였으면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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