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0. 15:43ㆍ생산성

1년 동안 메인 디지털 노트로 베어를 사용했다.
저렴하긴 하지만 유료 구독제 앱인지라 1년치를 결제하면서도 내가 이걸 1년 동안 쓸 수 있을까 했는데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작성한 노트의 총 개수는 700개를 넘었다. (나도 방금 세보고 놀랐다.)
베어를 사용한 이유
그 전까지 나는 일기는 일기 어플로 한두줄 정도만 글을 써왔고, 정보 기록은 애플 기본 노트를 써왔다. 물론 크게 문제는 없었지만, 일기를 너무 짧게 쓰다보니 나중에 봤을 때 ‘그래서 이날 뭐 했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애플 노트도 너무 기초적인 것만을 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글쓰기 앱을 찾다보니 처음에는 율리시스를 보게 되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고 프로페셔널한 글쓰기에 타겟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베어를 알게 되었는데, 일단 가격이 굉장히 저렴해서(1년 18,000원) 구독제라도 부담이 없고,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디자인과 감성이 마음에 들었다.
장점
1. 디자인
대체로 처음 베어를 사용하기로 한 이유가 곧 장점이었다. 베어는 정말 예쁘다. 한번 베어를 써보면 다른 앱들의 디자인은 뭔가 아쉽게 느껴진다. 실제로 Reddit과 같은 커뮤니티에 보면 베어를 떠났다가도 오직 베어의 디자인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꽤나 보인다. 심미성이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내가 글을 쓰고 싶어지는가 아닌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단 기본 테마부터 굉장히 예쁘고, 구독을 하게 되면 쓸 수 있는 다양한 테마도 다들 준수해서 그 중에 자기 취향인 것이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 나는 Ayu Mirage라는 테마를 주로 쓰고 있다.

2. 가격
또한 가격이 저렴해서 내가 앞으로도 이 가격을 부담하며 계속 쓸 수 있을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했다. 다른 유료 노트 앱들의 가격을 살펴 보자면,
- 에버노트 : 55,000원 -> 학생 할인 시 27,500원
- 율리시스 : 39.99달러 (약 5만 7천원)
- 롬리서치 : 165달러 (약 23만원 6천원)
물론 무료 앱들도 많지만 유료 앱들과 비교해봤을 때 굉장히 저렴하며, 유료 앱다운 경험을 제공한다. 유료 앱다운 경험이란 어떤 것이냐? 성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3. 성능・속도
베어는 정말 빠르다. 아이폰에서 어플을 구동해보면 네이티브 앱은 정말 즉각적으로 켜지는 데 비해 써드파티 앱들은 잠깐이라도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애플 기기 유저들이 기본 앱을 선호하는 이유에 이런 점이 한 몫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면 베어는 정말 즉각적으로 켜진다. 베어를 사용하는 동안 학교 공부용으로 노션도 같이 썼었는데, 노션은 앱을 켜거나 페이지 하나를 들어갈 때마다 잠깐의 딜레이가 있어서 베어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느렸다. 베어는 일단 켜지고 나서 동기화를 하기 때문에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즉각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물론 동기화 속도도 빠르고, 충돌에 대한 관리도 잘 되는 것 같다.
4. 태그 시스템
베어는 폴더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태그로만 노트를 분류한다. 처음에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 조금만 쓰다보면 폴더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똑같이 하면서도 한 노트가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폴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트를 하나의 폴더에 저장해야 되는데에 있다. 예를 들면, 음식
폴더와 리뷰
폴더가 있다. 그러면 음식에 대한 리뷰는 어디에 들어가야 되는가? 폴더 시스템은 고민을 해야 하지만 태그 시스템은 그냥 음식 태그와 리뷰 태그 둘 다 붙이면 끝이다. 또한 베어는 nested tag(중첩 태그)를 제공해서 폴더 안에 폴더가 있는 것과 같은 구조 역시 재현 가능하다. 예컨대 리뷰/음식/한식/삼겹살
과 같이 세부적으로 태그를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위젯
베어는 애플 기기 전용 앱인 만큼 애플 생태계에 대한 지원이 잘 돼있다. 애플워치에서 녹음을 통해 바로 노트를 적을 수도 있고, 아이폰・아이패드에서 다양한 위젯을 제공하기도 한다. 내가 애용하는 것은 ‘메모 찾기’인데 바로바로 노트를 검색할 수 있어서 노트에 대한 접근성이 굉장히 좋다.

단점
하지만 베어를 1년 간 사용하며, 난 베어를 “부분적으로” 떠나기로 했다. 대신 옵시디언(obsidian)과 병행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단점 때문이다.
1. 유료
가격이 싸긴 하지만 유료는 유료다. 반면 옵시디언은 거의 완전히 무료이다. 퍼블리싱, 자체 동기화 기능은 유료지만, 사용하지 않아도 전혀 지장이 없다.
2. 웹 미지원
애플 기기 전용이기 때문에 PC나 안드로이드 지원이 안 되는 것까지는 그러려니 하는데 웹까지 지원되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애플 생태계를 떠나게 되었을 때 베어도 같이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노트를 옮겨야 할 텐데 그 노트가 몇만 개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3. 기능 부족 + 느린 개발 속도
이것이 내가 베어에서 느낀 가장 큰 단점이다. 현재 베어에 없는 기능은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다.
- 라이브 프리뷰 (마크다운 문법이 그대로 남아있지 않고 사라짐)
- 표
- 토글 (내용을 접고 폄)
- 이미지 리사이즈 (삽입된 이미지의 크기 조정)
- 백링크 (이 노트에 링크를 걸고 있는 노트에 대한 링크 제공)
다행인 것은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 베타2.0 (판다)에서 위의 네 가지는 제공 예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백링크는 여전히 제공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2.0 업데이트를 준비한 지 2년이 넘었다. 1년 넘게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만 있는 것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다. 게다가 Reddit의 어떤 유저가 늦게 나오는 것에 대해 비꼬자 댓글에 ‘이런 식으로 비꼬면 출시 더 늦춘다’고 남기는 걸 보고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이제는 정말 막바지로 사용자 베타 테스트 중인 걸 보면 출시가 머지 않은 것 같다.🙌
옵시디언은?

반면 옵시디언은 얼마 전에 v1.0이 출시되었고 브라우저와 같은 탭 기능이 추가되었다. 업데이트가 굉장히 빨라서 작년에 나온 옵시디언 유튜브 영상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을 정도이다. 이제 1.0이 출시됐는데 기능이 굉장히 많고, 빠르게 추가되고 있으며, 개방성이 굉장히 높아서 사용자들이 제작한 플러그인도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다. 베어에 없는 옵시디언의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다.
- 백링크
- 그래프 뷰
- 로컬 폴더 시스템
- 탭 기능
- 템플릿
- 프론트매터
- 콜아웃
- 커뮤니티 플러그인 — 칸반 보드, 데이터 뷰, 캘린더, 마인드맵
- 커뮤니티 테마 — Minimal, Things → Style Settings로 커스텀
보다시피 굉장히 많은 것이 제공된다. 하지만 그만큼 초기 세팅이라던가 신경 쓸 게 더 많아지고, 복잡하고 지저분해질 수 있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게 싫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쓰면 된다.
결론
베어와 옵시디언은 장단점이 굉장히 굉장히 뚜렷하다. 베어는 뛰어난 사용자 경험이 최장점이고, 옵시디언은 기능성이 최장점이다. 애플과 삼성의 느낌이랄까.. 따라서 나는 어느 정도 분리를 했는데 분리에 대한 기준점을 잘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현재 나의 기준은 이렇다.
- 베어 : 일기, 일상, 메모, 글쓰기
- 옵시디언 : PKM(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아직까지는 노트 앱을 분리한 것에 만족하고 있으며, 베어 2.0이 나온다고 해도 옵시디언을 버릴 생각은 아직 없다. 다만 베어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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