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회화 앱 스픽은 PMF을 찾았을까?

2022. 12. 27. 23:59PM・PO/코드스테이츠 PMB

코드스테이츠 PMB 16기 W3D2
이 기업은 PMF를 찾았는가?

스픽 Speak

스픽은 AI 기반 영어 스피킹 학습 앱이다.
하버드 자퇴생 '코너 즈윅'이 대학 룸메이트였던 차승재를 섭외해 같이 만든 서비스인데,
'한국에서 살아남으면 어디서든 잘 된다'라는 확신을 갖고 한국 시장에 전념하고 있다.

1.  고객의 문제를 기존과 다르게 어떻게 새롭게 정의했는가

한국의 교육 시장은 문법과 단어 암기 위주의 교육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심지어 대학생(토익)까지 오직 시험만을 위해서 공부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교육은 공부에 필요한 읽기 능력을 키운다는 장점이 있다.
나 역시 학교 공부만으로 익힌 영어가 대학에서 공부나 과제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20년 가까이 되었는데,
미국 가면 햄버거 하나 시키지도 못 할 회화 능력을 가지는 것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예전부터 농담의 소재로 많이 쓰일 정도로 오래 되었고,
대표적인 솔루션으로 원어민과 전화/영상통화를 하는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캠블리 같은 전문 어플도 있고, 숨고 같은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도 있다.

원어민 화상 영어 수업 서비스 캠블리

나 역시 스피킹을 잘 하고 싶다는 생각에 알아봤지만,
한 달에 최소 10만원 이상의 금액을 써야 하는 것이 부담되었다.

스픽은 이 스피킹 교육 시장에서 '사람'을 빼는 것을 목표로 했다.
즉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가격을 낮추어 많은 사람들이 스피킹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독학이랑 똑같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독학이지만, 독학처럼 느껴지지 않게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  기존에 존재하던 해결방식을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통해서 어떻게 해결하는가

스픽의 핵심 기술은 정교한 음성인식 기술이다.
창업자 코너 즈윅의 인터뷰에 따르면, 애플의 '시리'나 아마존의 '알렉사'는 원어민의 발음만 잘 알아듣고 한국인의 영어는 잘 알아듣지 못 한다고 한다. 네이티브에 특화된 음성인식 기술은 한국인의 스피킹 공부에 쓰기에 부적합한 것이다.
스픽은 이에 착안해 한국인의 영어 발음을 잘 알아듣고 교정해 줄 수 있는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_ePvocLwJOY

발음에 관해서 항상 등장하는 예시가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의 연설이다.
꼭 발음이 좋지 않아도 능통하게 영어를 말할 수 있다면 국제 무대에서도 연설을 할 수 있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이왕이면 발음이 좋은 것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유창성(fluency)이다.

창업자 역시 인터뷰에서 '많이 말하는 것'이 영어 학습의 핵심이라고 얘기한다.
서비스의 Key Metric 또한 '총 사용시간 대비 실제로 말한 시간'이며,
이 수치를 최소 50% 이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 한 강의 동안 최대한 많이 말을 하게끔 콘텐츠를 구성했으며,
실제 후기들을 본 결과 '계속 끊임없이 말을 시킨다'라는 평이 많으며 경쟁 서비스들과 비교해도 스피킹 횟수가 더 많다고 한다.

또한 초기 텍스트 위주의 서비스에서 실제 사람이 나와서 말을 하는 것으로 바꾼 뒤 실제로 지표가 상승하는 것을 확인하고 대화하는 듯한 영상 콘텐츠를 주력으로 밀고 있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난 스픽을 예전에 깔았었다가 지웠었는데,
기존 학습 영상을 따라 읽는 것만으로 내 스피킹 실력이 늘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AI 튜터 무료 이용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카톡이 와서 새로 깔아봤는데,
낚시성(?) 홍보이긴 했지만 'AI 튜터'라는 신기능에 굉장히 감탄하여 구독을 고려하고 있다.

내가 감탄한 이유는 여태까지 'AI'를 자칭했던 서비스들이 사실상 평범한 알고리즘이었던 것에 비해 스픽은 진짜 AI를 쓰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래는 내가 실제로 대화한 내용인데, AI의 첫 마디만 정해져 있고 그 이후는 내가 대화하는 것에 맞춰 대답이 이루어진다. 재밌는 점은 내가 같은 대답을 하더라도 다른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상당한 수준의 AI 기술

이후 조사해본 결과 요즘 AI 업계에서 굉장히 이슈가 되고 있는 OpenAI와 기술 제휴를 맺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OpenAI는 경악할만한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데,
최근 공개된 GTP-3는 Notion, Craft 등의 앱에 접목되면서 상용화가 되었다.
스픽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맞추어 한국 시장에 이 기술을 선보인 것이다.

이로서 내가 구독을 포기했던 이유인 '나 스스로 대화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3.  여기서 고객이 사랑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충분한 고객가치를 만들어내는가

고객의 가장 직관적 반응인 앱스토어의 평점은 매우 높은 편이다.
다만 1점이 거의 없는 애플 앱스토에 비해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1점의 비중이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리뷰를 확인해본 결과 iOS와 안드로이드에 따라 앱의 기능이나 완성도에서 차이점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iOS의 이용자가 더 많기 때문에 그쪽으로 리소스 투입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면 어떤 이들이 스픽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까?

우선 내가 해당된다. 나는 발음은 이미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음 교정 기능은 그렇게 메리트가 있지 않다.
또한 문법적인 지식도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기초적인 강의 콘텐츠 역시 필요 없다.
하지만 스픽이 제공하는 AI 기술을 통해 나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내고 대화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메리트이며, 이런 서비스는 현재 스픽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반대로 아예 영어 회화를 처음 시작하며,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는 고객에게도 큰 메리트를 제공한다.
발음 교정이나 회화 표현 등 교육 업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제공하면서도 낮은 가격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재정적・시간적 부담이 적다.

스픽이 없어진다면 고객들은 비싼 원어민 수업을 듣거나 예전처럼 미드 쉐도잉을 하며 스피킹 연습을 해야할 것이다.

 

4.  기업은 해당 고객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는가 (Business Model & Pricing)

스픽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형적인 구독 모델이다.
행사 없이 정가로 결제한다면 월 29,000원 / 연 129,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앱서비스 구독치고는 그리 저렴하지는 않은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픽이 경쟁하고 있는 상대가 회화 교육 시장 전체라고 보았을 때,
이는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기도 하다.
원어민 화상 영어가 주 2회 30분 수업에 월 13만원 정도의 가격이고
회화 학원 같은 경우 주 2회 2.5시간에 월 25만원 정도 한다.
이 서비스들은 직접 사람이 가르친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을 따로 내야하고 실제 말하는 시간이 금액 대비 적다.

원어민 화상영어 서비스 캠블리의 프라이싱

스픽은 타사 앱보다 교육 효과에서 경쟁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교육업체에 비해서는 가격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그 둘의 중간 지점인 3만원으로 가격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AI튜터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 정식 출시 전이라 정확한 가격을 확인할 수 없는데,
FAQ 내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크레딧'이라는 화폐단위를 도입하여 사용량 만큼의 요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문서 작성 앱 Craft 역시 월별 AI 기능 사용량 제한을 걸어놓은 것을 보면 GPT-3를 사용하는 서비스들의 공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것 같다.

AI 튜터 기능의 가격 정책

 

5.  그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 해결책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고객이 얼마나 많은가

위에서 확인했듯 애플 앱스토어의 평점은 6만 개에 달했으며,
2022년 6월 기준 누적 180만 회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반면 경쟁 서비스들은 2만 개 정도의 평점 수를 가지고 있다.

출처 : https://mirakle.mk.co.kr/view.php?year=2022&no=607417

유료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73만 대의 설치기기수를 보여주며 무료 서비스인 케이크에 많이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1월에 야심차게 공부를 시작한 회원들 중 절반 가까이가 사용을 안 하게 된 것으로 보여지는 것은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프로모션으로 인한 순간적인 MAU 증가일 수도 있지만 타 서비스 대비 그 낙폭이 커보인다.

 

6.  이 모든 것들을 해내는 데 있어서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카피할 수 없는 차별적인 경쟁우위가 있는가

회화 앱 시장에 다른 경쟁자로는 케이크와 AI튜터(스픽의 기능이 아닌 다른 앱)가 대표적이다.
케이크 같은 경우에는 미드, 애니 등을 활용하여 재밌는 콘텐츠를 제공하며
위 배너사진에서 보듯 무료 콘텐츠 위주로 서비스를 전개한다.

하지만 스픽은 새로운 기술을 통한 경쟁력으로 아직 한국에서 따라올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앞서 말한 정교한 음성인식 기술과 OpenAI의 GPT-3를 접목한 AI 튜터 기능이 있다.

 

결론적으로, 스픽은 PMF를 찾았는가?

난 스픽이 PMF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에서 다른 누구도 제공하지 않는 기능들을 제공한다는 점이 그 근거이다.
단순히 기술력만 앞세운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교육 효과를 가져다주고 셀링 포인트가 되는 기능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을 보유한 것은 PMF 달성에 큰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앱스토어 평점 수 1위, 평점 평균 4.8을 기록하고 있는 것 역시 근거이다.
유료 서비스 같은 경우 금액 대비 효용이 느껴지지 않으면 만족을 시킬 수 없는데,
앱 구독치고 꽤 비싼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굉장히 높고,
각종 블로그・유튜브 후기도 만족한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출처 : 혁신의 숲

또한 트래픽 역시 몇 번의 J커브를 겪으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 수익에 대해 공개된 자료는 없지만 2021년 1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2.2배 성장했고 2022년 올해의 1분기는 3.4배 성장을 한 것으로 보아 성장성은 확실히 증명된 것으로 보인다. [각주:1]

출처 : 혁신의 숲

그리고 올해 6월과 11월, 비교적 짧은 텀에 시리즈 A와 B에 해당하는 투자를 받았다.
눈여겨 봐야 할 점은 6월의 투자자 중 OpenAI의 CEO가 있으며, 11월에는 아예 OpenAI가 투자를 했다.
미래 산업의 핵심 산업인 인공지능의 선두주자 OpenAI가 투자한 회사라는 사실로도 향후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과 같은 기술개발과 콘텐츠 제작을 꾸준히 해나간다면 꾸준히 PMF를 달성하며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